▲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동네 도서관 신간서고를 훑어보다가 제목 보고 끌려서 픽
▲ 전반적인 감상평
저자가 유투버로 유명해졌다가 책을 낸 케이스라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글을 잘 써서 놀랐다.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 인상깊은 구절과 이유
그 얘기를 들은 친구는 그 철학관이 어디냐며 참 용하다더니만 이내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주라는 게 옛날 학문이라 기가 세고, 남자를 하시본다고 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당찬 사주라고 말이죠. 그 말을 들으니 어째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습니다. 멋지지 않나요? 가부장에 안에서 남자를 하시보는 사람인데 가부장제를 벗어나면 당찬 여성이라니!
결혼 전에 동생이 내 궁합을 봤는데 위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기가 세기 때문에 주말부부를 하면 더 좋다고 했단다. 내 궁합을 본 사람은 기가 센 여자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줄 아는 남자는 하시보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가 순종하는 걸 당연시 하는 프레임에서나 할 법한 말을 하면서 부끄러운줄 모르는 사람들은 반성이 필요하다.
"아, 그게 나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가 아무리 그래도 축가 없는 결혼식은 좀 그렇다고 하더라고."
아니, 우리 결혼식에 갑자기 친구가 왜 나와? 친구랑 결혼하니? 서프라이즈 축가보다 더 서프라이즈한 대답이었다. 몇 번이나 부탁 아닌 부탁을 했던 나와의 약속보다 지나가듯 흘린 친구의 말을 따른 남편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지만, 머릿속에 나의 당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지 그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다시 노래를 흥얼거렸다.
우리 남편에게도 이런 면이 있어서 인상깊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나는 보육교사라 화이자를 먼저 맞았고, 일바인 신분의 남편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지 않으니 아스트라제네카를 맞는 게 어떻겠냐는 내 말에 남편은 노발대발하며 자기를 죽이려는 거냐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불안한 마음을 내게 말도 되지 않는 말로 표현하는 남편을 보며 아연실색하여 할 말을 잃었다. 그러던 남편이 다음 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왔다. 왜 마음이 바뀌었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경찰인 친구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왔는데 별 부작용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맞았다고 했다. 나는 두 번째 아연실색하여 또 할 말을 잃었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몸이 달라 반응도 다른 법인데 남편은 친구 한 명이 괜찮다고 하니 본인도 괜찮다고 느꼈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있자니, 어제의 내 권유와 똑같은 백신을 맞고 멀쩡한 수많은 캐나다인들은 그의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건가 싶었다. 더 나아가 그의 두뇌 회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혼 이후 많은 사람이 내가 실패하길 바랐다. 나를 실패라는 틀 안에 가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나의 사랑도, 인생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의 이혼은 무엇의 실패일까? 나는 명확히 말할 수 있다. 이건 가부장제의 실패다. 한 집안의 가부장제가 균열을 일으키다 무너진 것이다. 더 이상 우리는 이혼이라는 사건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이혼은 한 여성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결혼과 이혼으로 우리를 협박하고 옭아맬 수 있던 시대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 실패한 사람은 없다. 실패하고 무너지는 것은 오직 퀴퀴한 냄새를 뿜어내는 낡은 사고방식과 제도뿐이다.
"너는 자신이 얼마나 가부장적인지 몰라. 넌 가부장적인 게 어떤 건지 의식 수준에서는 몰라. 넌 알 수가 없어. 뼈 마디마다 새겨져 있거든." 내가 남편에게 여러 번 한 말이다. 혹시나 내가 이혼하게 된다면 위의 발췌된 내용을 매일 되새기듯 떠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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