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보고 쓴 리뷰.
트위터에서 알게 된 영화비평가의 오프라인 영화 수업에 참여했다.
이번 강의 테마는 '장르'로, 스릴러/판타지/SF/다큐멘터리 등을 다룬다.
첫 시간은 스릴러!
'베리드(Buried)'를 봤다.
관에서 시작해서 관에서 끝난다길래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했는데
관에 휴대폰이 들어 있더라!
생매장당한 주인공 폴 콘로이가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연락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화를 보고나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잠시 감상을 얘기했다.
첫 반응은 아무래도 영화 속 메세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사회의 부품이 된 인간, 무의미한 인간 관계 등에 대해 말했다.
선생님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치는 무엇이었는지 질문하자,
한 학생이 관 속에 뱀이 들어온 장면을 언급했다.
전화 통화만 이어지다가 갑자기 뱀이 나타나서 긴장했다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 왈,
관 속에 뱀이 드나들 수 있다면
산소가 계속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이지 않겠냐,
그러니 폴이 산소 부족으로 죽을 일은 없지 않겠냐고 물었고
학생들은 모두 끄덕끄덕했다.
아, 산소가 계속 들어오니까 폴이 살아 나갈수도 있었는데
폭격으로 모래가 계속 들어오니까
모래가 쌓이는 동안 저러다 주인공이 죽을까봐 긴장된다는 거?
그리고 또 다른 장치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폴이 통화한 사람들이 하는 말의 진정성일 것이다.
폴은 국무부, 아내, 아내 친구, 회사, 이라크 현지 납치 전문가 등에
전화를 걸어 구조 요청을 하는데
국무부와 회사는 처음에는 그를 위하는 척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이 하는 말 가운데 어디까지가 진심 또는 진실인지
점점 더 알기 어려워진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폴이나 관객이나
모두 체념하고 그의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마저 감독은 우리의 뒷통수를 때린다.
그 최후의 한 방에 욕지기가 났다.
러닝타임 95분. 그러나 체감 시간은 3시간.
영화 배경이 관 속 뿐이고
주인공이 구해질랑 말랑 하기도 하고
나라와 회사는 주인공을 절망을 몰아넣고.
이러니까 영화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영화였다.
마음이 힘들지만 영화가 스마트해서.
아무리 관 속에 핸드폰이 있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보는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지.
참,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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