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에 극장에서 혼자 본 영화 <화이>
여진구는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작품 속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고작 16살인데 나이 대비 연기가 뛰어나서 검색을 해봤더니 깨알같은 아역 배우 경력이 펼쳐지더라.
목소리도 굉장히 좋고 송중기와 유아인이 보일듯말듯 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마스크라 오래 갈 것 같다.
김윤석이 연기한 석태가 시각장애인과 여고생을 왜 굳이 죽이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진웅은 저열해도 어딘가 빈틈에서 사람 냄새 나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종혁이 '아빠 어디 가'에서 다소 게을러도 친구 같은 아빠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주군의 태양'에 카메오로 나왔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비밀을 간직한 아들의 역할을 잘 소화해낸 것처럼,
장현성도 '수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전기밥솥 스팀에 놀라 뒷걸음질치는 2% 부족한 아빠 인상을 풍겼지만
이 영화에서 화이의 이성적인 아빠 역할을 무난하게 보여주었다.
김성균은 이런 말은 그렇지만... 정말 연기하지 않아도 외모가 이런 똘끼 충만한 역할에 딱인 것 같다.
천인공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소재에다가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것 같은데
아니 그럼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 맡은 여진구는 뭐가 되냐...
아무튼 잔인하고 우울한 영화 싫어하는 사람들은 딱 질색할 영화.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연출에 인간 심리의 단면을 잘 담아내서 보여준 영화.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로 함부로 추천을 하지는 못할 것 같은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화이가 그린 다섯 아빠의 그림이 나오는데, 영화의 결말과 대비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거 다 보고 나오느라 좀 늦게 나왔는데 나 혼자 뿐이었다.
그런데 출구에 벌써 띠가 둘러져 있고 직원이 청소하고 있더라.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내가 늦게 나와서 피해주는 것 마냥 민망했다.
CGV는 영화 시작 전에 광고도 10분 넘게 하는 마당에, 작품에 대한 기본 예의 좀 지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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