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재미로 읽는 책 / / 2020. 12. 27. 07:46

[캣 센스] 고양이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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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기르기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다보니 좀 더 깊은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하는 갈증이 있었다. '똘이가 결막염 두 번 걸린 후로 나를 전보다 굉장히 친근하게 대하는데 고양이는 아프고 나면 성격이 변하나?', '이령이랑 똘이는 화장실 두 개를 두면 한 곳에는 쉬만, 다른 곳에는 응가만 하는데왜 그럴까?', '이령이랑 똘이는 왜 꼭 내가 화장실 치울 때 와서 볼일을 볼까?'. '산책을 나가면 호기심이 많이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지만 불안해하기도 하는데 산책을 그만두어야 할까?', '이렇게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책에서는 답해주지 않는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런 궁금증은 인터넷 검색이나 고양이 애호가 커뮤니티 내에서의 질의응답을 통해서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기가 어렵다. 이 책은 <캣 센스>는 지금까지의 고양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 써서 그간의 나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준 단비와 같은 존재이다. 

 

[32쪽]

원치 않는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는 일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보면 인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중성화 수술을 피할 수 있는 녀석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장 많고 사냥에도 능숙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즉 그 방법은 가장 다정하고 온순한 고양이에게는 새끼를 낳을 기회를 빼앗아버리고 사납고 다루기 힘든 길고양이에게만 마음껏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고양이는 인간 사회와 더 나은 융합을 이루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109쪽]

13세기부터 17세기 사이 교회와 고양이의 관계는 심각하게 적대적으로 변해 유럽 대륙의 많은 지역에서 집고양이는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되었다. 1233년에 로마 가톨릭교회는 고양이를 유럽 대륙에서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힘을 모아 노력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6월 13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고양이 - 특히 검은 고양이- 를 사탄과 동일시하는 악명 높은 처서를 발표했다. 이후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양이 수백만 마리가 죽임을 당했고 고양이를 키우던 수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이 마녀로 의심받아 고문당하고 처형되었다. 4세기 때도 이슬람교 같은 경쟁 종교를 악마화하기 위해 고양이를 대량 학살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 교회의 공격은 거의 고양이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261쪽]

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사회에서도 위계 구조가 형성되는 때는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일 것이다. 가령 어촌에 너무 많은 고양이가 몰려들었다거나 한 가정에 너무 많은 고양이가 입양되었을 때처럼. 하지만 그렇다고 위계 구조가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나의 가족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집단에서도, 여러 가족이 모인 대규모 집단에서도 그렇다. 

 

[266쪽]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고양이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단서는 바로 귀를 머리 뒤쪽으로 숨기는 행위다. 귀가 싸움에서 가장 상처 입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장 힘센 수고양이라 할지라도 싸우고 나면 귀가 너덜너덜해진다. 

 

[270쪽]

펠리닌은 두 개의 아미노산, 즉 시스테인과 메티오닌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지는데 이들 모두가 오줌의 지린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황 원자를 갖고 있다. 고양이는 이러한 아미노산 가운데 그 어느것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펠리닌의 양은 녀석들의 먹이에 함유된 고품질 단백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야생고양이의 경우 펠리닌의 양은 녀석이 얼마나 뛰어난 사냥꾼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더 지독한 오줌 냄새는, 그것을 남긴 고양이가 사냥에 매우 뛰어남을 의미한다. 

 

[294쪽]

다소 소심한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나 사람보다는 의자 다리나 방문 모서리 같은 물체에 몸을 비비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고양이도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게 몸을 비비지 않고 대신 근처에 있는 물건에 몸을 비빈다. 일종의 '전가행동'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일은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데, 사람과 달리 물건은 자기를 떠밀어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때로 고양이는 취선이 분포한 머리 측면을 어떤 물체에 비비기도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거기에 고양이 체취가 남는다. 이렇게 처음부터 물체에 냄새를 남기기 위해 몸을 비비는 행동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 대신 물체에 몸을 비비는 전가행동과는 차이가 있다. 고양이 머리 앞에 끝이 뭉툭한 연필을 갖다 대보면 그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녀석은 의자 다리에 아무렇게나 몸을 비빌 때와는 다르게, 취선이 분포한 머리 옆면을 집중적으로 비비며 연필에 냄새 표시를 남기려 할 것이다. 대체로 고양이는 뾰족한 나뭇가지에 냄새 표시를 남길 때 바로 그렇게 한다. 

 

[313쪽]

육식동물은 깨어있는 동안에는 정신적인 자극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사육사들은 고양잇과 동물들에게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나누어 먹이를 제공하며, 녀석들 스스로 노력해야만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주는 등 먹이 공급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살코기를 주지 않고 살을 발라 먹어야 하는 뼈를 주거나, 상당 시간 다양한 시도를 해야 열 수 있는 퍼즐 먹이통에 먹이를 넣어주기도 한다

 

[315쪽]

반려고양이는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융통성이 많기 때문에 상황만 적절하다면 실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야외 활동이 허락되는 반려 고양이 가운데 자신의 생활 영역을 자발적으로 실내 공간에 한정시키는 녀석은 거의 없기에 이 녀석들은 다른 고양이와 마주칠 수 있는 위험만 없다면 대부분 먼 곳까지 탐험을 나갈 것이다.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돌아다니며 자란 반려고양이는 아픈 몸을 치료받기 위해 잠시 병원에 머무는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므로 평생 실내에서 생활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고양이는 아예 야외로 데리고 나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바깥에 나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며 바깥세상을 갈망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알지도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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