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낙, 드라마 / / 2020. 12. 27. 01:14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2> 신지훈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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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로필'을 꼭 보라고 했었다.

그래, 그래 해놓고 수년간 보지 않았다. 

 

그러다 결혼 3년차에 남편과 떨어져

혼자 밴쿠버에 와서 지내다 보니

'로필'이 보고 싶어졌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2011년에 시즌 1,

2012년에 시즌 2, 

2014년에 시즌 3이 방송됐고, 

이 중 내가 보고 싶은 시즌은 단연코 2였다. 

 

정유미와 이진욱.

이 두 배우가 나오기 때문이다. 

 

중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밖에 나가있거나 씻거나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로필 시즌2를 틀어놓고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가슴이 시리도록 울었다. 

열매(정유미)가 신지훈(김지석)을 떠나

윤석현(이진욱)에게 돌아갔을 때였다. 

 

열매는 신지훈 또한 사랑했기에

한동안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는데

열매가 울 때 나도 울었다. 

 

드라마를 볼 때 

감정 이입을 쉽게 하고 

캐릭터를 따라 잘 우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수년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시렸다. 

 

신지훈이 열매에게 알려준 사랑은

'계속 걱정되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다. 

 

열매는 신지훈에게 그 마음을 받고 지내다가

자신이 그 마음을 줄 수 있는 윤석현에게로 간 거다. 

 

나는 홀로 지내는 해외 생활이 힘들었는지, 

그런 마음을 받고 싶은 마음에 울었다. 

 

신지훈이 열매에게 준 것과 같은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리워해온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아빠가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 

그게 그리웠던 거다. 

 

한국에서는 그 결핍을 몰랐는데

해외에서 혼자 지내다가

그런 사랑을 그린 드라마를 보니

뒤늦은 강항 자각에 몸이 반응했던 거다.

 

혼자 가슴을 치며 울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여보세요'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 한 마디를 듣고 

나는 말없이 10분간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나서

놀란 남편에게 40분간 

조곤조곤 맘 속의 얘기를 했다. 

 

남편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항상 그런 사랑을 이상적으로 그려왔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했다. 

 

마흔이 가까워 오면

세상 이치를 깨달아서 

현실적으로 지혜롭게 살줄로만 알았다. 

 

아직도 이런 아기 같은 마음이 남아 있다니

스스로도 믿기가 어렵고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잘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 뒤에 

밴쿠버의 부모님이라 여기는 분들을 찾아뵈었다. 

 

한바탕 말씀을 나누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마흔 가까운 나의 철부지 같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시고 조언을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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