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책장에서 발견했다.
갈색 정수리를 보아하니 오래된 책인데 왜 내가 갖고 있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원래 좋아하기도 하니까.
40쪽 가량 읽고나서야 알았다.
이미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는 걸.
어느 지점에서 알았냐면...
영빈과 현금의 조우 장면에서
영빈이 현금으로부터 나는 음식 냄새를 감지하는 지점.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이 지점이 내 머리 속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그만큼 현금 캐릭터가 내게 인상적이었나보다.
이번에는 영빈 캐릭터에 더 관심이 갔다.
모범적인 엘리트 인생을 살다가
초등학교 동창인 현금과의 조우를 계기로
불륜의 길로 빠져드는 캐릭터이다.
아빠, 남편, 아들, 오빠,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균형에 버거워하다가
사이버 세계 같은 현금과의 불륜으로 쑥 빠져드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질지언정 이해 불가한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본적 성향에 내재되어 있는 이기주의가 싫더라.
손자를 원하는 자신의 어머니와 딸 둘을 낳은 부인 사이의 갈등을 모른체하고
부인이 아들 낳는 데 집착해서 딸 둘을 낙태할 동안 못 알아챘고
그런 부인의 행동을 두고 자신의 무심함을 반성하거나 불쌍히 여기지 않고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이기주의가 싫었다.
가끔 내 남편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아서일지도 모른다.
같은 책을 결혼 전과 후에 읽으니 이렇게 느낌이 다르네.
박완서의 글은 거침없고 구성지다.
그 이름 세 글자만 박혀 있어도 거리낌없이 그 글을 집어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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