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기억의 해각>을 보고서
문근영이 김선호와 주연을 맡은 <유령을 잡아라>가 떠올랐다.
지금은 김선호 공백기라서
내가 놓쳤던 김선호의 작품들을 보고 있는 중인데
<유령을 잡아라>에는 사실 선뜻 손을 못대고 있었다.
어쩐지 문근영과 김선호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기억의 해각>을 보고
문근영의 연기에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유령을 잡아라>를 보기 시작했다.
유령(문근영)은 지하철 유령을 잡기 위해
지하철경찰대에 지원한다.
지하철 유령은
유령의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을 살해했으리라 추정되는 범인으로
지하철 터널을 통해 시신을 운반했을 것이라 짐작되어
지하철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연쇄살인범이다.
일란성 쌍둥이인데
한 명은 멀쩡하고 다른 한 명은 자폐로 나와서
유전자가 같은데 이게 말이 되나 싶어 찾아보니
일란성 쌍둥이라 유전자가 동일해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한 명은 자폐가 아니거나
자폐의 정도가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령 또한
아무리 동생을 찾기 위해 찾아보고 찾아봐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놀라운 공간 지각력으로 지하철의 모든 것을 외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폐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의 천재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기는 하지만.
10살 때 부모를 잃은 후로
자폐 동생을 계속 돌봐야 했던 유령은
어느 순간 너무 힘이 들어 지하철에서 동생의 손을 놓고 만다.
이내 후회하고 동생을 찾아나섰지만
동생은 그대로 실종된다.
이후 사방팔방 온 지하철 역을 누비며 동생을 찾으러 다니고
관련된 증거들을 모으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기존의 지하철 연쇄 살인과 살인 패턴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에게서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
교통경찰이 된 유령은
지하철경찰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고지석(김선호) 팀장의 파트너가 된다.
규율을 어기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적극적인 수사를 위해 일탈하는 유령과
그녀의 뒤를 쫓아다니며 극한의 힘든 수사를 하는 고팀장의 호흡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은근 어울린다.
물론 실제로는 이런 수사를 하면 쫓겨날 것이다.
문근영이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참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폐 동생을 건사하는 연기,
동생을 버린 죄책감에 번뇌하는 연기,
몸을 날려 적극 수사를 하는 경찰 연기,
팀장을 속이고 뒤에서 동생과 관련된 수사를 하는 연기,
팀장을 점점 좋아하게 되는 연기,
자폐 동생 연기 등등
흔한 상극 콤비 경찰 드라마에서 보는
웃기고 화끈한 액션 뿐만 아니라
복잡다단한 감정 연기에 더불어 1인2역을 했으니 말이다.
우리 선호의 고지석 캐릭터는 참 멋졌다.
유령이 지하철에서 동생을 버린 걸 알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
그녀를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라 이해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특히.
그때의 대사는 기억해 두어야지.
"나는 다 큰 어른이었는데도 엄마 치매결렸단 얘기 듣고 다 놨었어. 내 꿈도, 너도.
누구나 힘들면 못나지는 거야. 그걸 이겨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거고.
다 큰 어른인 나도 그렇게 무너지는데, 신참은 동생이랑 둘 된 게 열살 때였대.
힘들어서 못나뎠던 거야. 그 못난 모습 소중한 사람들한테 보이기 싫었던 거야.
난 걔 안 불쌍해. 그냥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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