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재미로 읽는 책 / / 2020. 12. 29. 05:49

[다시, 서울을 걷다] 서울 토박이도 몰랐던 서울의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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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80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서 30년 남짓 살았을 2012년에 읽은 책 <다시, 서울을 걷다>이다. 작가는 충청도에서 살다가 98년에야 서울에 와서 10년 남짓 살고 이 책을 썼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모르고 살았다. 서울의 역사인데 말이다. 이미 서울의 근현대사에 대한 책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를 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철저한 조사, 고증, 답사를 통해 서울에 대한 탄탄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1부 '일상을 걷다'에서는 서울의 지하철, 한강 다리, 세종로, 고속버스터미널, 달동네 등을 다루었다. 이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특히 2호선이 왜 당시 인구 분포와 물류 이동 상황에 맞지 않게 현재와 같은 순환선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읽다보면 개발도상국 한국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한편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독재자와 다름없이 구는 정치인들은 이 아름다운 강산을 자기네 마음대로 훼손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2부 '장소를 걷다'에서는 강남, 서울시청, 딜쿠샤, 경복궁, 가리봉동 오거리, 회현 제2시범아파트 등 특정 장소들이 다뤄진다. 개인적으로 답사 동호회에서 궁스터디를 재미있게 한 적이 있어서 경복궁에 대한 내용에 가장 관심이 갔는데 궁스터디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근현대사의 내용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다뤄져서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기라도 한 것 마냥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전대통령이 경복궁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고 있노라니 한 나라의 법궁을 능욕한 일제와 다를 바 없는 태도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국적만 달랐지 일제나 그들이나 한 나라의 국민과 문화 유산을 업신 여겼던 것은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3부 '의미를 걷다'에서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남영동 대공분실, 일본대사관, 중명전, 경성방송국 터, 전쟁기념관 등의 장소를 통해 일제, 독재, 전쟁, 그리고 그것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한다. 이 섹션에서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들 중 일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역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편협한 가치관으로 인해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 다른 이들의 비극을 어떻게 외면하는지, 어떻게 전쟁 영웅을 우상화하고 그 이면의 인권 유린은 덮으려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항상 더 알려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언젠간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공부하고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되었다.

4부 '문화를 걷다'에서는 피마길, 마장동, 어린이대공원, 명동성당, 장충체육관, 경성제국대학 건물 등 서울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명동성당은 내가 바로 옆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곳이고 장충체육관은 내가 바로 옆에서 수 년을 산 곳이었는데 두 곳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더 이상 계시지 않는 한국 천주교가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할 것이지 귀추가 주목되며 2013년에 리모델링이 끝나는 장충체육관이 어떤 기능을 해나갈지 사못 기대된다. 

다른 곳에서는 알기 어려운 서울 근현대사의 여러 면모를 다양한 사료, 답사를 통한 사진, 작가 개인의 경험담과 성찰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준 것도 모자라, 현재가 그러한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어디쯤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작가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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