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아서 보는 영화 / / 2026. 9. 24. 13:21

영화 <가능한 사랑>,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어울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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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올라올 때까지 못 기다리고 개봉날 혼자 가서 봤다. 나의 최애 인성이가 <휴민트>, <호프>로 생각보다 큰 관심을 못 얻는 것 같아서 작품 또는 감독 잘 만나기를 바라고 있던 차에,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베니스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으니 내가 다 마음이 좋아서 얼른 보고 싶었다. 




조여정은 다큐 감독, 조인성은 기업을 물려받은 전문 투자자. 함께 압구정의 학교를 다녔지만 조여정은 세탁소 운영하는 집안의 딸로 조인성과 결혼은 꿈꿀 일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다시 만나 조인성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사라지는 노동>이라는 제목의 다큐를 찍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의미에서 사라지고 있는 노동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SP중공업의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 스토리를 취재하고 있다. 




설경구는 SP중공업의 해고 노동자. 대기업에 붙었다고 좋아했지만 기업의 몸값을 불려 매각하기 위해 단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 대상이 된다. 산자(해고되지 않은 자), 죽은자(해고된 자)로 구분되어 파업에 가담했다가 진압하던 경찰하게 폭행 당한 후유증으로 수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었고, 상담에 가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이 극심한 상태에서 해고 2년만에 재취업에 성공한다.





전도연은 그의 아내이다.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자폐 성향이 있는 외동 아들을 키우고, 해고 후유증으로 진통제도 듣지 않는 통증 때문에 술을 마셔야만 잠들 수 있는 남편을 위해 마시지 못했던 술을 함께 마셔주다가 주량이 늘었다. 




조여정은 설경구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고 그의 가족에 초점을 두고 촬영을 시작한다. 사라져가는 노동을 담고, 그 노동자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남편인 조인성은 그녀의 독립 다큐 촬영 과정을 여러 모로 도우면서도 "너는 그들과 다르잖아.", "너는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잖아.",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너가 좋아.". "뻔한 해고 노동자일 수도 있어." 등과 같이 계층을 구분지어 생각한다. 




금수저인 조인성과 달리, 노동을 보고 자랐고 노동을 경험한 바 있는 조여정은 계층과 상관 없이 사람이 궁금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다큐 감독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도 다큐 촬영 때 수백씩 하는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다닐 정도로 그들에 대한 배려에는 익숙치 않다. 그래도 전도연이 그 점에 대해 언급했을 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내 옷차림을 바꾼다. 그런 그녀를 보며 전도연도 그녀의 촬영에 적극 협조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여름휴가를 조인성 별장에서 함께 보내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별장과, 어릴 적부터 혼자만 이용할 수 있는 해변에서 알몸으로 수영하고, 호루라기를 불면 달려오는 동갑내기 관리인이 있고, 솜씨가 좋은 조석족 요리사가 있는 조인성의 삶은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세상이다.




가난과 우울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걸까? 전도연은 알몸으로 그 바다에 뛰어든다. 그날은 SP중공업을 산 기업처럼, 기업에 투자하는 조인성이 기업 투자에 성공하며 잭팟을 터뜨린 날이었고, 남편인 설경구가 조여정과의 1:1 인터뷰에서 자신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 속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모습을 본 다음 날이었다. 내 남편이 조인성 같은 기업 투자자들 때문에 산송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이성적 호감을 느꼈던 조인성에게조차도 분노가 느껴질만하다. 




인터뷰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남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전도연은 별장을 예정보다 일찍 떠나기로 한다. 조인성 할아버지의 호루라기가 없어져 본 적 있냐는 조여정의 질문 하나에도, 우리가 훔쳐갔다는 말이냐, 의심되면 가방을 뒤져보라는 날선 대꾸를 한다. 이년 저년하던 둘의 우정은 계층의 다름으로 인한 현실의 격차가 최대치로 느껴지자 금새 경색된다. 잘 도착했냐는 조여정의 메시지에 마당에서 찍은 보름달 사진을 보낼지 말지 고민하는 전도연의 모습에서 영화는 끝난다. 그 보름달은 두 여자의 우정의 상징이자 노동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들간의 공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능한 사랑>이 <기생충>보다 더 아팠다는 평을 봤다. 현실적으로 더 와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어른들의 말이 공연한 걱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인생이 다시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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