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탈출> 결혼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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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도서 책장 앞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 

 

 

결혼 6년차 유부녀로서

결혼 탈출을 한 번쯤 상상해봤기 때문일까. 

 

 

저자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결혼 & 이혼 경험담을 읽고 있자니

여러 번 울컥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극도의 공감을 느낄 때 혹은 저자가 안쓰러울 때였다. 

 

 

저자를 통해 나를 봤고,

그래서 저자를 정말 많이 응원한다. 

 

 

 

(p. 38)

"나랑 결혼하면 네가 우리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돼." 

그때 처음으로 내가 혼자 만들어놓은 내 남자친구에 대한 환상이 부서졌다. 

나의 수많은 모습을 지지해주던 그가 

결혼 앞에 서자마자 이런 마을 늘어놓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p. 50)

둘 모두의 뜻이 확고했고 주변에도 알렸지만 

아이에 대한 질문과 압박에 놀랄 만큼 자주 부딪혔다. 

나는 본디 아이를 좋아했고 

어디서건 어린아이를 보면 그를 향해 미소 짓곤 했는데, 

아이들을 예뻐하는 기색만 취해도

'그렇게 애를 좋아하면서 왜 안 낳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p. 55)

나는 실로 당혹했다. 

그 기대는 내 삶을 조금씩 좀먹고 나를 갉아냈다. 

결혼한 여성을 향한 이런 역할 기대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나를 이토록 당황하게 한 것은 

주어진 기대가 아니라 그 기대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는 나였다. 

세상에 그런 압박이 존재한다 해도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고스란히 내 어깨에 짐으로 쌓이고 있었고

그것을 거부하고 몰아낼 힘을 도무지 낼 수가 없었다. 

 

 

 

(p. 84)

그(시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결혼과 함께 마술처럼 바뀌었다. 

화분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면, 

화분 옆에 찍힌 식탁 위 반찬 수가 적다는 답변이 왔다. 

"장미에게 연락이 없다'며 섭섭하다 하셨다는 소리를

J에게 종종 전해들었다. 

서울에 신접살림을 차릴 때 함께 살까, 

너희가 제주로 가면 나도 거기서 같이 살까, 하셨다는 이야기들이 건너왔다. 

 

 

 

(p. 87)

어떤 친구들은 시어머니가 자꾸 안 먹는 음식을 보내주신다며 곤란을 털어놨다. 

부부 모두 일이 바빠 쌓이는 반찬을 번번이 제때 먹지 못하고, 

그 음식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은 '며늘아가'의 몫이다. 

음식을 다 먹었냐, 얼마나 먹었냐 물으시면 

거짓을 지어내며 감사를 표하는 일도 그의 몫이고

부담과 죄책감까지 더해져 갈수록 난감해지는 것이다.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스트레스라고 했다. 

반찬을 받았느냐 먹었느냐 남았느냐 하는 확인을 며느리에게 하는 것은

내 아들을 제때 챙겨 먹었느냐,

귀한 내 아들에게 네 할 이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미다. 

 

 

 

 

(p. 114)

아버지가 피할 수 없는 이혼을 앞둔 내게 한 말은

나를 지독히 두렵게 했다. 

나의 그 아버지가 내게 저렇게 말하는데

세상에 내가 이혼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어찌 볼 것인가.

 내가 범죄자가 될 것 같았다. 

세상 바깥에 내 편에서 나를 보아줄 사람은 없을 것 같은

고립감에 휩싸였다. 

 

 

 

 

(p. 132)

결혼 전에는 언제든 시간 맞춰 내가 탈 수 있는 기차가 오리라 생각했다. 

가는 것과 오는 것, 결혼을 하는 것과 끝내는 것은

문을 여닫는 것과 같은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여는 문은 있는데 닫는 문은 없는,

오는 열차는 있는데 가는 열차는 없는 것과 같았다. 

이혼은 어려웠다. 

탈출 이후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돌이켜 분노하는 것은

탈출구 없는 통로에 사람을 가둬두고 

그 안에서 적응하고 순응하는 것만이 

어른스러운 일, 옳은 일, 환영받는 일 인양 짜여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못 견디는 사람을 이기적이고, 덜 성숙하고, 욕심이 많다고 부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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