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식물식> 건강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

 

 

밴쿠버에 있을 때 기능성 위장 장애와 만성 위산 역류가 생겨 고생을 많이 했다. 응급실에 7번 갔고, 복부초음파를 3번 받았고, 내시경을 1번 받았고, 6개월간 약을 복용했다. 치유를 위해 식물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면서 이 책을 알게 됐다. 그러나 막상 일에 치여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귀국해서 도서관에 갔다가 번역본을 우연히 발견하고 바로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다. 

 

의료계의 연구 결과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전달되어 진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약 17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책을 저술한 의사는 미국 소화기내과의 저명한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가 채식주의자 여성과 데이트를 시작하고나서부터 채식을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식물식에 눈을 떴고 그 방대한 연구 결과를 대중들과 하루라도 빨리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연구 결과가 의사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올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파서 병원에 오기 전에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면 애초에 병원에 갈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챕터에서부터 나는 놀라움에 겨워 탄성을 지르며 읽기 시작했다. 장내 미생물군이 이렇게 중요하다니!

 

인간의 건강을 구성하는 요소를 규정한다면 다섯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면역력, 신진대사, 호르몬 균형, 인지력, 유전자 발현이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우리가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의 기반이다. 놀라운 점은 미생물군이 이 다섯 가지 요소 모두와 얽혀 있다는 점이다. (p. 40)

 

먼저 면역력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알아보자. 

 

우리 면역체계의 70%는 장에 분포하며, 인간의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두께가 얇은 세포 층에 의해 장내 미생물과 분리되어 있다. 미생물군은 면역세포가 적절히 성장하도록 촉진하고, 침입자를 식별하고, 필요한 곳에 면역세포를 보내고, 감염 퇴치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은 전염되거나 악성인 대상이 있을 때 그것을 식별하고 제거할 수 있는 최적의 기능을 가진 자율적이고 강력한 면역체계로 바뀐다. 장내 미생물을 면역체계와 분리할 수 없다. 만약 한쪽에 손상을 주면 나머지 한쪽도 손상시키는 것이다.

 

장과 면역의 관계는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질환의 유행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이 질환들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천식, 알레르기비염, 습진 등은 면역체계가 외부의 양성 자극물을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나타나는 알레르기질환이다. 알레르기질환과 자가면역질환은 농경국가보다 산업국가에서 더 흔하다. 우리의 장 마이크로바이옴은 알레르기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변화할뿐 아니라 면역체계 질환을 예견하거나 심지어 유발할 수도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면역체계를 구축하도록 진화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감염은 중요한 사망 원인이었다. 장내 미생물군은 처음부터 진화의 일부분이었고, 그 결과 면역기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생물군이 손상되면 면역 결핍에 처할 위험이 높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체계의 70%를 차지하는 주변 면역세포에게 최적의 기능을 부여해 감염과 악성종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우리가 장내 미생물을 관리할 때 장내 미생물은 우리의 건강을 관리한다. (p. 45-47)

 

밴쿠버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3년간 일하면서 왜 이렇게 캐나다에는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이 많을까 궁금해 했다. 아이들 중에는 글루텐, 딸기, 오렌지, 계란,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도 알레르기가 하나씩은 다 있었다. 확실히 한국에서 알레르기 있는 아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부실한 식단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무릎을 절로 탁 치게 되었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현재 북미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세대는 어렸을 때 부실한 식단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니까. 

 

이제 신진대사와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알아보자. 

 

신진대사나 당뇨병, 체중 감량에 대한 모든 지식을 버려라. 원인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병원성 세균이 증가하고, 세균 내독소로 인한 저등급 염증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장내 미생물은 식욕과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를 통제한다는 증거도 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건 신진대사와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장내 미생물에 알맞게 영양분을 공급하면 그 보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얻고, 과식하지 않도록 신호를 보내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신진대사 균형 촉진 미생물을 얻는다. (p. 52)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지키는 식단을 유지하면 식탐은 자연스레 줄고 몸은 자연스레 적절 체중을 찾아가는 것인가. 기능성 위장 장애와 만성 위산 역류를 앓기 전에 야채가 거의 없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1년 이상 유지하며 동시에 과식을 했었다. 먹어도 먹어도 식탐이 줄지 않고 먹는 족족 살이 쪄서 인생 최고 몸무게에 달했다. 위에 탈이 난 후에는 소화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야채와 곡식 위주로 소식을 했는데 그렇게 9개월간 지내고 나니 위 질환 증세가 많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카페인, 알코올은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으며, 크림 등 응축된 유제품은 소화되지 않는 증상이 남아있다.

 

다음으로 호르몬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알아보자. 

 

장이야말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며, 호르몬 균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공급을 댐을 쌓은 강에 비유한다면 미생물은 댐의 수문을 제어하는 지렛대인 셈이다.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의 생성 또한 장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어느 정도 조절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세균이 우리의 체취 프로파일을 생성하는 물질들의 분비를 통제하는 것도 입증되었다. 이 물질들은 성적 매력을 발휘하거나 짝짓기를 할 때 영향을 미치는 페로몬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생물마다 서로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유익한 세균은 아프로디테에 어울리는 향기를 내는 반면 병원성세균은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악취 폭탄을 떨어뜨린다.  (p. 54-55)

 

인지력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알아보자.

 

장내 미생물은 면역체계를 이용하거나 신경 전달물질, 호르몬, 신호전달물질의 분비를 통해 뇌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사실 세로토닌의 90%와 도파민의 50%는 장에서 생성된다. 장에서는 30가지 이상의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한다. 건강한 장 마이크로바이옴은 집중력, 활력, 편안한 기분을 유지하도록 혈뇌장벽 너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에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손상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편두통, 만성 피로, 자폐증, ADHD와 관련이 있다. (p. 56-57) 

 

마지막으로 유전자 발현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알아보자.

 

장내 미생물은 후성유전적 요인(유전자의 염기 서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염색체의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통해 유전자 발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전등 스위치이고, 유전자 코드는 벽 뒤에 있는 배선이라고 생각해 보자. 장내 미생물은 배션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전등을 켜거나 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 코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어떤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게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그것 또한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다. (p.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