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죽은 자는 할 말이 있다

 

 

 

볼만했다. 볼만했던 이유가 많다. 

 

1> 탕준상의 연기

아스퍼거스 증후군이 있는 한그루 역할을 맡은 탕준상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탕준상은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군 막내 '금은동'을 연기  한 2003년생 배우이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인상 깊어서 앞으로 지켜보고 싶다. 

 

 

2> 이제훈의 근육

이제훈은 이 시리즈에서는 상반신 탈의 복싱 장면을 찍었고, 현재 평균 시청률 15%를 넘기며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는 온갖 나쁜 놈들을 패고 다니는 정의의 사도 역할을 연기 중이다. 이를 위해 엄청나게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했는지, CG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근육 벌크 업된 바디를 선사한다. 

 

 

3> 홍승희의 표정

한그루의 찐친 윤나무 역할을 맡은 홍승희의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다. 만화로 옮겨도 손색이 없다 싶을 만큼 약간의 과장이 섞인 표정인데, 보는 내내 즐거웠다. 

 

 

4> 소재와 스토리

유품정리사라는 소재 자체가 일단 생소하고, 그와 관련해서 어떠한 스토리가 나올지 기대감이 생겼다. 유품정리사가 고용되는 경우는 보통 고독사, 자살, 살해 현장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이야기할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웹툰 기반 시리즈라고 들었는데, 요즘은 웹툰 작가들이 창의성 측면에서는 어지간한 드라마 작가들보다 나은 것 같다. 

 

 

5> 현실 기반

각 에피소드가 모두 현실에 기반한 것들이라서 몰입도가 높고 감정 이입이 잘 됐다. 아파트 주민 갑질, 의료진을 향한 환자 가족의 폭력, 데이트 폭력 등 보다보면 전부 다 뉴스를 통해 들어본 사건이다. 사실 이 시리즈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바로 생각났던 게 <유퀴즈>에 등장한 유품정리사였다. 고인과의 추억이 간직된 사진 같은 유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돈이 될 것부터 챙기는 유가족을 봤을 때 슬펐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는데, 이 내용이 이 시리즈에도 반영이 되어 있다.  

 

 

6> 영상미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 현장은 때론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끔찍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한그루의 집과 윤나무 부모의 가게에는 온기와 밝음을 넣었다. 모든 사물 배치에 규칙이 있어 단정하기 그지 없는 한그루의 집에는 나무 가구, 채광 등을 통해 온기를 더하고, 윤나무 부모의 치킨볼 가게는 오렌지 색으로 페인트칠했다. 

 

 

7> 다름이 아닌 특별함

한그루에게 아스퍼거스 증후군이 있고, 비장애인 나무는 그루를 짝사랑한다. 이런 설정이 신선했다. 실제로 장애인을 사랑하는 이성의 비장애인이 있고 이들이 결혼을 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관계를 주변에서는 물론이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물에서 본 적은 더더욱이 없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와 영화 <박하사탕>을 제외하고.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이런 관계를 보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8> 죽음 준비

 이 시리즈를 보다보니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캐나다에 4년차 살면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가 젋은 부부도 유서를 쓴다는 거였다. 우리 반 학부모 중 하나가 팬데믹 초반에 본인의 유서 공증을 받으러 공증 일을 하는 친언니 사무실에 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비드19에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하나뿐인 딸과 남편을 위해 유서를 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나는 타지에서 남편과 고양이 두 마리 외에 가족, 친척 없이 살다보니 내가 이러다 갑자기 죽으면 어떨까 될까 하는 생각을 한국에서보다 좀 더 자주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 한 일은 없고, 내가 죽으면 당신이 다 책임져야 하니 얼른 영어 실력을 높이라고 남편에게 잔소리를 더 하기만 했다.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대충이라도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다. 

 

 

9> 딕션과 목소리

이건 유독 발음과 목소리에 민감한 내 취향이다. 오현창 변호사를 연기한 임원희의 딕션과 정마담을 연기한 정애연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 

 

 

10> 시즌 2가 나올까

엔딩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한그루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는 모습도 나온다. 시즌 2가 나올 것인가? 윤나무는 거기서 자살암시녀와 연적이 될 것인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