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인상
넷플릭스에서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창피했다. 짝퉁같아서. 이게 외국인들한테는 어떻게 전달되고 느껴질까? 내가 다 걱정이 됐다. 어라? 근데 알고보니 티비조선 드라마네. 드라마는 티비엔, 오씨엔, 제이티비씨 아닌가? 어떻게 티비조선 드라마가 넷플릭스까지 진출했지? 배우진 중에도 외국에까지 유명한 사람은 방성훈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내가 부끄러워서 기본 정보를 보지도 않고 썸네일을 휙휙 넘겨버렸다.
- 보기 시작한 계기
그러던 중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이 단톡방에서 호들갑떨며 말하길, 한국에서 충격적인 드라마가 시작했는데 첫회부터 불륜 얘기가 나오고 실제 이혼 커플인 김보연-전노민이 함께 출연한단다. 그게 바로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었다. 지인의 호들갑으로 호기심이 생겨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어쩌다가 한국 막장 드라마까지 구입하게 됐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 스릴러인줄
이 드라마의 가장 특이한 점은 두 남편(전노민, 방성훈)이 이혼을 선포하는데, 불륜의 대상이 정확히 누구인지 8회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쁘고 풍족해 보이는 세 여자가 함께 놀러다니는 모습이, 불행한 커플들의 모습 사이사이에 등장하는데, 그들이 불륜녀임은 짐작할 수 있으나 누가 누구의 불륜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8회까지 보는 내내 누가 누구의 불륜녀인지 알아맞춰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한편, 바람을 전혀 피우지 않을 것 같았던 남편(이태곤)도 있어 불륜녀 셋 중 남는 하나는 누구의 불륜녀인지 의아해했던 기억도 난다.
- 환장의 클라이막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 환장의 클라이막스는 전노민이 딸과 아들에게 불륜 사실을 밝힌 후 가족회의를 하다가 서운하다며 우는 장면이었다. 그 가족회의에서 전노민의 아내가 얼마나 헌신적인 결혼생활을 해왔는지가 딸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데, 그걸 생각하면 전노민의 반응은 극히 유아적이라서 드라마 보면서 티비 위로 뺨을 후려치고 싶은 충동이 든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 마음 들라고 전노민의 우는 얼굴을 그리도 과도하게 클로즈업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 제일 얄미운 사람
전노민이 불륜남 주제에 자식들이 이해 못해준다고 펑펑 울어서 내가 뒷목을 잡을 뻔 했지만, 그래도 제일 얄미운 사람은 이태곤이다. 세상에 둘 없을 부인과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잔소리 좀 듣고서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박주미가 좀 심하긴 했다. 남편이 어릴 적 트라우마까지 언급을 하면서 이해를 부탁하는데도 본인의 입장만 끝까지 관철하기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본격적으로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부인에게 소홀해지면 인간적이기라도 할테지. 그런데 똑같이 잘해서 가증스럽다.
- 배우자의 반응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상대 배우자는 어떤 반응을 했는가? 박주미는 아직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걸 모른다. 전수경은 억울하지만 조용히 받아들인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 이가령은 피를 토한다. 나같으면 어떨까? 이가령과 전수경 사이일듯. 이혼은 빼박못이라 받아들이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로 몸이 망가질 것 같다. 자식이 있다면 또다른 문제이겠지만.
- 작가의 메시지
대사가 이 메시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서, 네네 알겠습니다 작가님하면서 봤다. 진정한 사랑을 찾을 때라도 '가족'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 이건 주로 박주미와 전수경의 대사를 통해 많이 표현된다. 배우자와의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자녀와 배우자의 관계를 해치지 말아라. 왜냐하면, 본인에게는 끔찍했던 배우자라도 자녀에게는 좋은 엄마, 아빠일 수 있으니까.
- 제목의 뜻
작사를 할 때는 이런 노래를 만들겠다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하면서 가사를 쓰게 마련인데, 막상 작곡을 하다보면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고쳐쓰기도 한다. 결혼할 때는 이런저런 결혼 생활을 꿈꾸며 설레이기 마련인데, 막상 결혼 생활을 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힘든 부분이 참 많음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우자에게서 찾지 못하는 매력을 느껴 외도를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결혼생활에서 뭐가 문제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게 단순 매력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전노민은 이상형으로 명랑하고 건강한 사람을 꼽았다. 그의 엄마가 명랑했지만 항상 아팠기에 자신의 배우자만큼은 엄마처럼 명랑하지만 아프지 않기를 바랬다. 라디오 작가인 그의 부인은 헌신적인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성격은 차분하고 손목이 항상 아프다. 남편이 모처럼 둘이서 기분 내자며 모텔을 예약하면 망측하다며 들어가지 않는다. 흥 많고 즉흥적인 임혜영은 그에게 딱이다.
이태곤은 어렸을 적에 친엄마가 형만 좋아하고 자신은 진짜로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친엄마보다 잘해준 김보연에게 엄마 이상의 감정으로 대한다. 아빠인 노주현이 죽은 뒤에 김보연을 살뜰하게 챙긴 이유이다. 그 관계를 아내인 박주미가 질투하자 트라우마를 언급하는데, 박주미는 그다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인다. 반면에 불륜녀는 이태곤이 형이 어렸을 적 죽었다는 말 한 마디만 듣고도 뺨을 어루만지며 상처를 보듬는다.
방성훈은 아침 밥을 차려주고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아내를 원하는데, 그와 정반대의 사람과 결혼한다. 길지 않은 결혼 생활에 지쳐갈 때 즈음,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10살 연상녀를 피트니스 크럽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렇다고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불륜의 대상을 계속 만나거나 재혼하면 과연 가사를 고쳐쓰는 게 될까? 의문이다.
- 시즌 2
알고보니 3월 14일에 방송한 16회가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였다. 시즌 2에서는 이혼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룰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올해 상반기에 시즌 2를 시작한다는데 은근 기다려진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것이라는 예고 문구가 심상치 않은데, 미안하지만 그건 <펜트하우스>를 능가할 작품이 없을 것 같다.
- 작가
막장의 대가라는 임성한 작가가 절필 선언을 번복하고 '피비'라는 필명으로 복귀한 작품이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란다. 검색을 해보니 나는 이 작가의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어쩐지... 드라마 스타일이 내게는 새로웠다. 배우들 말투도 그렇고.
- 막장의 요소
막장의 대가라길래, 과연 이 시리즈의 막장 요소는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아무리봐도 김보연 같다. 건강 프로그램을 보다가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면 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남편 노주현에게 탄수화물 폭탄 식사를 차려주는 행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였다. 노주현과 이태곤의 소변 보는 소리를 듣고 비교하는 모습도, 단지 노골적이라고만 하기에는 변태적인 행위에 가깝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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