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보고 쓴 리뷰---
2004년인 것으로 기억한다.
캄보디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당시 남자친구가 나를 초청해서 캄보디아에 가서 한달간 지냈다.
프놈펜인지, 씨엠립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지뢰에 다리 하나를 잃어 목발을 짚고 목에 매단 목판에 책을 담고서 돌아다니며 파는 아저씨를 봤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마른 몸을 보니 저절로 책에 손이 갔다.
내가 산 책은 제목이 <First They Killed My Father>라는 빨간색 책이었다.
크메르 루주 시절을 어린 나이에 겪은 로웅 웅의 자전적 이야기가
캄보디아의 더위를, 남자친구의 폭력을 잊게 만들었다.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류하는 남자였지만
내가 참 좋아해서 캄보디아까지 혼자 찾아갔는데
6개월만에 만난 그는 내게 팔을 쥐어트는 폭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내 팔에는 커다란 멍 자국이 남았다.
이런 폭력마저도 무색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다.
이 이야기를 잊고 산지 10년이 넘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가 올라와 있음을 발견했다.
<툼레이더>를 촬영하다가 캄보디아의 매력에 빠져
캄보디아 고아를 입양하기까지 한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영화이다.
대사가 적어서 자막 보느라 시선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이국적인 장면과 배우들의 연기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고 사건의 묘사가 편파적이지 않아서
감정적 부담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킬링필드의 책임을 크메르 루주 정권에 전가한 <킬링필드>와 달리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에서는 미국의 관여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를 만든 안젤리나 졸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냥 좋아서 보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쥬만지: 새로운 세계] 보드 게임은 잊어라, 비디오 게임이 왔다 (0) | 2021.01.23 |
---|---|
[셰이프 오브 워터]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0) | 2021.01.23 |
[다운사이징] 돈이 넘쳐날 때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까 (0) | 2021.01.23 |
[허스토리] 위안부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을 기억하자 (0) | 2021.01.22 |
[신과 함께: 인과 연] 한국형 속죄 영화 (0) | 2021.01.22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