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에 보고 쓴 리뷰 -----
영화 <사이비>는 <돼지의 왕>으로 내게 충격을 주었던 연상호 감독의 최신 작품이다.
내가 평소에 기독교에 대해서 가장 불만이었던 요소가 선민사상인데
이 영화에서도 장로가 '천국에 갈 144,000명'에 대해서 언급하자
마을 사람들이 그 안에 들기 위해 수몰 예정 지역 거주자 앞으로 나오는 보상금을 헌금으로 가져다 바치는 모습이 나와
한편으로는 가엾고 한편으로는 통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포악한 아버지에게 박탈당하는 삶을 살아온 영선은 자신이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에 몸바쳐 일하고
폐병을 앓고 있는 구멍가게 안주인은 죽기 직전의 몸 상태에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교회에서 파는 샘물을 마시고
지능이 떨어지는 마을 총각은 사탄을 제거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동네 사람을 죽이려고 덤벼든다.
자존감, 건강, 천국... 결국 안정을 얻고자 함이 아닌가...
그래서 이 모든 걸 홀로 믿지 않았던 영선이 아비마저 나이가 들어서는 굴을 파고 들어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정을 얻고자 함에 있어서
건강한 자존감, 합리적 판단력, 최소한의 도덕적 의식마저 사라지니
결국 이럴 때의 종교라는 건 인간의 이기적 성향을 합리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통로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물론 장로가 사기꾼이고 사이비 종교를 통해 목사 뒤에서 사람들을 조작한 것이지만
현실에서 사이비가 아닌 것으로 합의된 종교들에서조차 이런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사실 절대적으로 선한 종교란 게 있기나 하냔 말이다.
영선의 아비가 굴에서 기도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어쨌든 인간은 힘들고 약해지면 종교를 찾기 마련이라는 말 같아서...
사실 나도 요즘 들어 나라고 해서 나이 들어 종교에 의지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관적이어서 답답한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연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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