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아서 보는 영화 / / 2020. 12. 29. 12:11

[도가니] 소설과 영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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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씨의 원작 소설 <도가니>를 다 읽은 다음 날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다. 퇴근 후 달려간 극장에서 때로는 온몸의 전율을 느끼며, 때로는 시선을 스크린에서 재빨리 떼어내며, 때로는 살의를 느끼며 겨우 영화를 다 봤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끝까지 지울 수가 없었는데, 영화는 성폭행 장면을 묘사하는 노골적인 영상과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두 가지 극적인 사건으로 훨씬 더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결말이 주는 여운은 영화가 소설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다. 그걸 말하기 전에 책과 영화 사이의 차이점들을 하나씩 돌이켜 생각해 보고 싶다. 

 

 

- 강인호

소설에서는 국어 선생님이고, 영화에서는 미술 선생님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처음 교감하게 되는 방식도 시에서 그림으로 달라진다. 소설에서는 부인과 딸이 있고, 영화에서는 어머니와 딸이 있다. 부인은 강인호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어머니는 그의 현실과의 사투를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 서유진

소설에서는 강인호의 대학 선배이자 두 아이를 둔 이혼녀이지만, 영화에서는 젊은 여자이다. 

 

 

 

- 교장 이강석, 행정실장 이강복, 교사 박보현

소설에서는 재판에서 박보현 교사만 실형을 받는다. 돈이 없어서 국선 변호사가 붙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세 사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사소한 차이는 이 정도이고, 사건 두 개와 결말에 차이가 있다. 민수의 복수와 검사의 배신이 소설에서는 없었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봤을 때소설을 영화로 바꾸면서 달라지는 점들은 대개 영화가 늘어지게 할 만한 요소들을 가지치거나, 관객으로부터 의도 밖의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점들을 제거하거나, 플롯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사건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이렇다보니 생각의 여지가 줄어들고 단순하게 판단하기 쉬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소설 <도가니>는 일부 대사마저 그대로  옮겨왔을 정도로 충실하게 영화에 반영되었다. 

다만, 결말이 크게 달랐다. 김승옥씨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귀향의 모티프를 빌려온 소설 <도가니>에서는 강인호가 새벽에 서유진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용역들이 농성 텐트를 철거하러 오니 와달라는 부탁을 받고도, 무진까지 딸 새미를 데리고 찾아와서 사업할 기회가 있으니 집에 돌아가자고 설득하는 부인과 서울에 올라간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서유진의 연락을 받지도 않고 서유진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민수의 영정을 들고 물대포를 맞아가며 "이 아이의 이름은 민수입니다."를 외친다.

영화를 함께 본 친구는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처음에는 아들의 운동을 반대하던 강인호의 어머니가 나중에는 법원에 빵과 우유를 사와서 아들과 아이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러한 장면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흐뭇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2005년 광주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실제로 발생한 성폭행 사건으로 바탕으로 공지영 작가가 쓴 소설 <도가니>를 영화한 이 작품이 2011년에 상영되면서 아동 장애인의 성폭력 범죄에 관련된 법률안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가 2011년 9월에 개봉했고 법률안이 10월에 처리되었다. 그 법률이 일명 '도가니법'이라 불린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 조항을 삭제하여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장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으로 형량을 늘렸고 형량의 범위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확대하였다.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범죄의 공소시효 또한 폐지하였다. 더불어 장애인 보호/교육 시설의 장이나 직원이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법정형의 1/2까지 형이 가중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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