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재미로 읽는 책 / / 2016. 12. 16. 23:28

<그럴 때 있으시죠?> 공감에 기반한 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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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부터, 존재해주어서 고마운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김어준이었다. 시사인에서 이명박의 자원 외교 기사를 읽다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언론 탄압과 4대강 사업에 가슴이 꽉 막힌듯이 답답해져 오는 증상을 겪었다. 그 당시 나꼼수는 내 삶의 유일한 활력소였다. 김어준이 없었다면 나는 홧병에 걸려 죽었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김제동이 고맙다. 세월호 사건에서 박근혜가 보인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은 이명박과는 다른 차원으로 날 절망에 빠트렸다. 대한민국에 희망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김제동의 공감하는 위안이 없었다면 심장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후로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 세워 말을 걸고 음식을 사준다고 한다. 사드 때는 그 더운 날 성주에 내려가서 똑 부러지는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런 그가 늘 궁금했다. 단지 말 잘하는 진행자가 아니라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온갖 위협 속에서도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살 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학교 선배의 부고를 듣고 착찹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향하던 날에, 내 황망하고 슬픈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는지, 반사적으로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하는 심리 에세이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심리 에세이와는 달랐다. 더 솔직한 이야기를 더 와닿는 표현으로 들을 수 있고, 저자의 소신이 여기저기에 담겨있다. 소신이라 함은 다른 게 아니고 '공감에 기반한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이 외침이 소신이라는 이름까지 달아야 할 정도로 현대 사회는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듯 하다. 단지 박근혜 정부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내가 나고 자란 80년대보다 낮은 것 같다. 그 때보다 더 잘 먹고 잘 사는데 마음은 더 가난해졌다니 신기하고 슬픈 일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표현이 있다. '어깨를 겯다'라는 말이다. 단어 '겯다'에는 '풀어지거나 자빠지지 않도록 서로 어긋매끼게 끼거나 걸치다'라는 뜻이 있다. 다른 이들과 어깨를 야무지게 걸치고, 더불어 살자는 말이다. 이런 취지에서 '김제동과 어깨동무'라는 법인까지 설립한 그를 보니, 쉰도 되지 않아 사회에 이미 많이 기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주변과 사회를 더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억울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똥 싸주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책을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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